[김봉길의 행복산행] 백설이 눈꽃으로 핀 가지산

김봉길 / 기사승인 : 2016-02-24 15: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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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모처럼 비가 많이 내렸다. 극심한 겨울 가뭄이 일부나마 해소되는 순간이다. 내리는 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불현듯 가지산에는 눈이 내리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박차고 홀린 듯 산으로 향했다. 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겨울에 내리는 비는 산에서는 눈이 되어 온다는 이 평범한 진실을 믿는다는 것. 이것이 별 걱정 없이 나서게 되는 원동력이다.

산01

가지산은 눈이 많이 오면 석남사 입구에서 도로를 통제하기 때문에 아래쪽 마을에서 걸어가야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엔 길이 얼지만 않으면 그런 수고가 필요 없다. 석남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어슬렁 산행을 시작했다. 비는 엊그제부터 시작해 이틀을 내리다 그친 상태다. 삼십분을 헐떡거리며 오르다보니 하얀 눈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나무들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어느 신부가 이리도 곱단 말인가. 아래쪽 나무들은 상고대로 치장을 했고, 중봉에 가까워지면서 눈꽃이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비가 온 뒤여서 날이 맑을 거란 기대는 운무로 뒤덮인 산행 초입부터 깨졌다. 10여 미터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운무 속에서도 눈꽃은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내리는 눈이 세찬 바람에 날려 나뭇가지에 눈 결정체로 달라붙은 모습은 가히 환상 자체다.

눈은 세상의 모든 더러움들을 덮는다. 지금 세상은 완전히 미쳐 날뛰고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지독한 악행들이 거리낌 없이 행해지는 요즘이다. 아들이 부모를 죽이는 건 뉴스거리도 못된다. 계모가 전처 아이를 학대하고 죽이는 것도 대단한 뉴스거리도 안 되는 요즘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기 자식을 죽여 토막 내 자신이 사는 집 냉장고에 보관하는 말도 안 되는 엽기적인 사건들 앞에서 분노마저 사치일 뿐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소위 이 세상을 지배하는 위정자들이 미쳐 날뛰니 세상의 모든 것들조차 함께 미쳐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고 오로지 거짓과 위선만 춤을 춘다. 이런 나라에서 국민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살아간단 말인가.

이런 상념들을 가지산의 눈꽃들이 덮어주고 있다. 세상의 모든 더럽고 거짓된 것들을 순백의 눈으로 덮어준다. 정상부에 위치한 대피소에서 뜨거운 라면 한 그릇에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이 모든 상념을 치유해 준다. 산은 이래서 좋은 것이다. 하산 길은 쌀바위로 해서 석남사 경내로 내려오는 길을 생각했다가 가파른 하산길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오기로 한다. 운무는 아직도 내려앉아 있는데 외려 화려하고 환상적이다. 힐링 제대로 한다는 생각.

불현듯 찾았던 눈덮인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에서 세상의 시름들을 잊는다.

출발점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석남로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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