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의 행복산행]민중 속에서 활짝 피운 의술의 향기

김봉길 / 기사승인 : 2016-03-09 17: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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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동의보감>이다. 그리고 밀양 얼음골은 허준이 그의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여 스스로 의성으로 거듭나게 했던 결정적인 장소로 알려지면서 일약 허준과 그의 스승 유의태를 합쳐 <동의보감>의 잉태지로서 지위를 누리게 하는 착시현장까지 일으키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얼음골을 올라보면 허준의 <동의보감>이 언제나 커다란 그림자처럼 곳곳에 역사의 향기로 드리워져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허준은 그의 필생의 역작 <동의보감>을 통해 우리 민족 전통의학을 체계적으로 정리, 한의학의 커다란 줄기를 세운 위대한 의학자이다. 그는 1539년 양반가문의 서자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총민함을 주위로부터 인정받았고, 33세 때 종4품 내의원 첨정이 되어 관직에 나서게 된다. 그러던 그는 당시 세자였던 광해군이 두창을 앓으면서 거의 가망이 없는 것을 고치면서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되는데 당시 광해군의 병을 고친 공로를 인정받아 선조로부터 정3품 당상관인 통정대부의 벼슬을 받게 된다. 이는 서자 출신으로서 대단한 파격적인 출세라 할 수 있는데 그 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를 끝까지 따라가면서 왕과 세자의 병을 수발들었던 공로를 인정받아 종2품 승록대부를 하사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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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분의 파격에 딴지거는 사간원과 사헌부의 질시 속에서 위태롭던 허준은 1608년 선조가 병으로 죽자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목으로 의주로 유배를 당하게 된다. 그는 거기서 우리나라 최고의 의술서인 <동의보감>을 집필하게 되는데 어려서부터 허준의 의술을 잘 알고 있던 광해군의 배려로 이듬해 유배에서 풀리고 그 여세를 몰아 72세의 나이에 <동의보감> 25권 25책을 완성하고 1613년 동의보감을 발간하게 된다. 그 후 그의 나이 77세인 1615년 세상을 뜨게 된다.

그의 스승이라 알려진 유의태는 1516년 중종 11년 경상도 산청의 상정마을에서 서출로 태어나 산청에서 자신의 의술을 의료 혜택에서 제외된 백성들에게 시술함으로 백성들로부터 신의로 불리어진 인물이다. 이런 연유로 허준과는 같은 산청 출신임을 내세워 사제지간으로 불리어지지만 실제로 그들이 사제지간이라는 건 드라마에서 엮어진 허구라는 설도 있다. 그들이 실제로 사제지간이든 그렇지 않든 한사람은 그동안 입으로만 전해지던 의술활동을 글로 집대성한 사람이고, 한사람은 자신의 출세를 아랑곳하지 않고 민중 속에서 의술을 펼쳐 신의로 불리어진 것인데 그들을 한데 묶어 이야기를 만들어낸 직접적인 장소가 영남알프스의 절경으로 꼽히는 얼음골에 오롯이 남아있다는 건 우리에겐 행운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들의 향기를 느끼고자 얼음골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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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마불폭포 쪽을 잡아 오른다. 가마불폭포는 암수폭포로 두 개의 폭포가 있는데 우기 때 비라도 많이 올라치면 그야말로 웅장함을 자랑한다. 그 위를 돌아 오르면 결빙지가 나타난다. 계곡에 흘러내린 바위 틈새로 골바람이 불어와 온도를 낮추고 그것이 돌 밑으로 흐르는 물을 얼게 한다는 것인데 한여름에 오히려 얼음이 많단다. 결빙지를 뒤로 하고 한참을 헉헉대며 오르면 허준이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하던 동굴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얼음골 등반은 심한 급경사를 오르게 되는데 천황산 8부능선까지 혀를 빼물면서 오르게 된다. 천황산 정상을 딛고 나서 아래로 내려오면 샘물상회가 있는데 한때 정상의 늪지를 개발한다고 덤볐다가 실패한 사람이 그곳에 주막을 내어 산객들의 시장한 뱃속을 달래주고 있다 한다.

자연을 역행하였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를 눈앞에서 보게 되는데 이런 교훈을 잊고 다시 자연을 훼손하면서 흉물스럽게 서있는 얼음골 케이블카는 그 서글픔을 넘어 실망감을 안기게 한다. 케이블카 바로 옆으로 얼음골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이 있었으나 케이블카를 타게 하려는 목적으로 계단과 길을 훼손하고 들머리마저 막아놓는 참담함을 저지르고 있다. 어이없는 짓거리에 헛웃음만 나오게 한다. 허준과 유의태의 이야기로 힐링하던 눈과 귀는 이곳 케이블카에서 다시 더렵혀지게 된다. 그곳이 바로 얼음골 등반 코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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