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의 행복산행] 영남알프스의 중심에서 여유롭게 안기는 간월산

김봉길 / 기사승인 : 2016-03-24 09: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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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우린 ‘빨리빨리’의 시대에 빠져있다. 모든 것이 빨라야 제대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음식점에서의 조급함이 그렇고, 운전하면서 나의 행동을 스스로 유심히 지켜봐도 그렇다. 누구나 컴퓨터를 하지만 인터넷이 조금만 느려도 그냥 꺼버리는 행동에서도 우린 ‘빨리빨리’가 어떻게 내 몸속에서 작용하고 있는가를 볼 수 있다. 휴대전화도 이젠 LTE도 모자라 LTE-A로 다시 LTE기가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조금만 늦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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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매사에 조급한 사람을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짓기는 어렵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사람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으로 규정지어선 안 되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사에서 급한 사람이 인생에 성공했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 느긋하게 주위도 둘러보면서 천천히 꾸준하게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의 성공을 확신하게 한다. 급한 사람보다 여유로운 사람이 주위로부터 신임을 얻는다. 그 느긋함이 그 사람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현상을 우리는 늘 목격하게 된다.

산행은 여유로움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어차피 세파에 찌든 몸을 하루 짬을 내어 자연에 맡기고 노동에 힘든 나를 하루 쉬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산행만 한 것이 없다. 몸을 힘들게 운동시켜 줌으로써 육체적 건강을 찾게 해주고, 힘들게 올라가 바라보는 자연의 위대함에 정신까지 맑게 해주는 산행이야말로 최고의 힐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천천히 음미하면서 자연을 즐기고 자연 속에 나를 동화시켜 가는 것이야말로 산행의 참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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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는 그 ‘느리게’의 정수를 보여주는 산악지대라 할 만하다. 크고 작은 봉우리가 30여 개로 커다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이 산들을 각각 전부 오르려 한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더더욱 각각의 산들이 품고 있는 코스들이 한두 개가 아닌데다 그것들이 보여주는 경관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모두 섭렵하자면 무조건 ‘빨리빨리’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천천히 자신이 가고자 하는 코스를 즐긴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몸을 힐링시킨다는 의미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한 곳이 영남알프스 산군이다. 그러나 여유로운 것을 ‘천천히’로 오해해선 안 된다. 여유롭게 올라가서 여기저기를 꼼꼼히 즐기려면 나름의 시간적인 목표와 그 코스에 대한 이해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빨리 걸어서 자신이 보고 즐기고자 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 꼼꼼함도 있어야 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울산지역에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다. 메말랐던 대지를 적셔주는 비는 다가오는 농사에 풍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가 그친 며칠 뒤, 간월산을 올랐다. 간월산장에서 산행을 시작해 간월공룡을 탔다. 대여섯 군데의 절벽을 밧줄로 오르고 나서 맞이하는 산 정상부. 메말라버린 억새가 눈 속에 파묻힌 걸 보면서 마음이 한없이 뚫려가는 것을 느낀다. 봄이 지척이지만 산 정상부엔 눈들이 제법 얼어있다. 이런 곳에선 ‘천천히’가 가장 위력을 떨친다. 맞은편으로 신불산이 버티고 있다. 저 아름다운 능선에 케이블카라니. 케이블카가 느림의 미학을 완벽히 헤친다는 생각만으로도 이건 악몽이다. 여유롭게 즐기는 힐링은 그 케이블카로 여지없이 무너질 것이란 생각. 우리가 자랑스럽게 안길 수 있는 이 아름다운 곳에 흉측한 쇳덩이가 머리 위로 날아다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저런 상념들을 풀어놓고 여유를 즐기며 걸어본 간월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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