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에세이] 또 한 번의 매화가 피고 있습니다, 색즉시공

울산저널 / 기사승인 : 2018-03-21 09: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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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화는 곧 질 것입니다. 색즉시공과 공즉시색의 사이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사람의 시간이 찰나라 하였으니 색즉시공이 되는 게 아닐는지요. 약국에서의 이 시간을 견디는 일도, 이 삶의 남은 시간을 견디는 일도 같은 일이 될 것입니다. 견딘다는 것, 즐긴다는 것,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는 것, 이것은 모두 시간이 움직이는 모습을 사람의 언어로 표현한 것일 따름입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순간 스치던 생각을 펼쳐봅니다.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 순간 같은 시간을 보내는 현상을 말입니다. 공간 속의 공기들이 기류를 따라 교차하고 부딪히고 섞여들고 통과하듯이 서로 각자의 시간의 색(色)들이 술자리 속에서 넘나드는 걸 한참 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때로 지루함도 끼어들고 식상함도 오고가지만 서로의 특이한 시간들이 유사한 찰나를 통과할 때 내는 번개 같은 찰나를 우리는 보기도 하고 놓치기도 합니다.



시간의 단초를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저 쪽에서 술을 마시는 이의 모습의 시초가 청년시절, 배꽃이 흐드러진 과수원에서 새로운 이들과의 만남으로부터 온 듯합니다. 각자 서로 다른 곳에서 성장하고 다른 추억들을 지니고서 그 순간, 그 곳에 앉아 새로운 시간을 교류하며 또 하나의 찰나를 형성해간다는 것이 색(色)입니다. 누군가는 배꽃이 피는 과수원에서 장작으로 불을 때는 황토 방에 들어앉아 자신의 책을 완성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자 저 쪽에서 또 한 사람은 매화가 필 때 글을 쓰기 시작해서 매화가 질 때 완성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 편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매화가 피고 있습니다라고 소식을 전하니 여기는 지금 개나리가 한창이라고 답장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서생에 누군가가 배나무가 많다고 운을 띄우길래 그곳에다 방 한 칸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에 누군가와의 진실 싸움에 오래 힘들게 마주한 이도 있었습니다. 저도 오래 저의 진실과 마주하고 싸워본 적이 있었지요. 처음에는 적이라고 설정한 그 개인과 처절하고 비굴하기조차 한 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빌려오는 사회의 관념들이었습니다. 사람보다 더 무서운 적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건 곧 제 굳어버린 관념이기도 했습니다. 여태 숨겨두고 도망 다닌 제 두려움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마지막 담판이 남아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쯤 되면 육신과 마음이 둘 다 지쳐 있게 됩니다. 결국 담판의 승리자는 체력의 승리요, 그 체력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모든 긍정적인 결론을 향한 정신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고자하는 진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진실의 싸움을 하고 있는 그에게 저는 주제넘게 모든 진실의 끝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은 진실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 이기게는 되지만 죽을 만큼 그 진실에 매달리지 않고서는 쉽게 끝을 내주지 않는 것이 그러한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누군가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의 의로운 기개로서의 죽음을 말했습니다. 그분들은 죽음으로써 자신의 진실을 말했습니다. 진실은 그 정도로 무겁고, 충분히 가치가 있고, 역사 앞에서 한 개인의 진실이란 어떻게 보면 무척 위대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실의 싸움에서 마지막으로 끝을 낼 수 있는 이는 자신의 기개로 당당하게 이 세상에서 자신의 말을 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진실과 맞서 싸워보지 못한 사람은, 도망 다니기만 한 사람은 늘 빈 말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가 마지막 싸움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명으로 그 싸움에 임했다면 그 소명에 대한 진실을 그 자신에게 물어야하는 마지막 고독한 싸움에서 승리하고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건강에세이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날입니다. 건강이란 자신의 자연스런 본성대로 물 흐르듯 흘러갈 수 있는 시간을 만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색즉시공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끝을 내려고 합니다. 모두들 따뜻한 봄기운을 맞으며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강현숙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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